불교상담강좌 아홉번째(4. 7.) -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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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4-13 18:16 조회6,4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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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상담강좌 아홉번째(4. 7.) -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1
이번 강좌의 주제는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첫번째'입니다.
분석상담이론은 사람의 잠재의식에 주목합니다. 잠재의식을 모르면 잠재의식에 지배당하고, 알면 자유롭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자유연상법 등을 사용하여 잠재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잠재의식의 구조를 초자아(super ego), 자아(ego), 원초아(id)로 나눕니다. 초자아는 도덕적인 나로 사회규범과 기준이 내면화된 것을 말합니다. 자아는 현실적인 나로 현실 원리에 따라 합리적이고 이성적, 계산적으로 비교, 판단, 분석합니다. 원초아는 본능적인 나로 성욕, 식욕 등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요소를 지칭합니다.
차량에 비유하면, 초자아는 브레이크 역할, 자아는 핸들, 원초아는 엔진이라 할 수 있는데, 초자아가 강하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선악판단 등이 강해지고, 원초아가 강하면 충동적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분석상담이론에서는 자아가 초자아와 원초아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봅니다.
분석상담이론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잠재의식을 파헤쳐 다루어가는 심리학으로 대표적인 학자는 프로이드, 칼 융, 아들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분석상담이론은 자아(ego)를 전제로 합니다. 문제의 해결책은 초자아와 원초아를 균형있고 조화롭게 자아를 더욱 강하게 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면, 유위법에 머물고, 병증에 집착해 유신견에 머무는 한계를 지니게 됩니다. 즉 자아 중심의 작동구조를 살피는 분석상담이론으로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유식사상이 필요한 것입니다. 유식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불교사상이기 때문에 유식을 통해 분석상담이론이 지니는 한계를 넘어볼 수 있습니다.
유식사상은 ‘나라는 존재는 실재하지 않고, 단지 식(識), 즉 마음만이 존재하며, 마음 바깥의 사물은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마음 작용을 안식 · 이식 · 비식 · 설식 · 신식 · 의식의 6식(識)으로 분류했다. 후에 마음의 심층에서 6식에 영향을 미치는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발견했고, 또 6식과 아뢰야식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말나식(末那識)을 자각해서 마음 작용을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아래의 여덟 가지 마음 작용이 각각 대상과 작용은 다르지만, 전5식과 의식과 말나식은 아뢰야식에 의지해서 일어나지만, 그들이 작용한 결과는 아뢰야식에 종자로 저장되기 때문에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알고 봐야 합니다.
<여덟가지 마음 작용>
구분 | 마음 작용 | 설명 |
심층의식 | 제8식 - 아뢰야식 | 과거에 경험한 인식 · 행위 · 학습 등을 저장하고 있는 마음 작용. 과거의 경험들이 아뢰야식에 잠복 상태로 저장되어 있는 잠재력을 종자(種子) 또는 습기(習氣)라고 한다. 근본식, 함장식, 저장식이라고도 한다. |
제7식 - 말나식 | 끊임없이 분별하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비교하는 사량의 마음 작용으로, 아치(我癡) · 아견(我見) · 아만(我慢) · 아애(我愛)의 네 번뇌와 항상 함께 일어나는 자의식. 의(意)라고 번역한다. | |
표층의식 | 제6식 - 의식 | 의식기능으로 의식 대상을 인식하는 마음 작용 |
전5식 - 안식 · 이식 · 비식 · 설식 · 신식 | 눈 · 귀 · 코 · 혀 · 몸의 감각기관으로 각각 형상 · 소리 · 냄새 · 맛 · 감촉의 대상을 지각하는 마음 작용 |
전5식은 아뢰야식에 의지해서 조건에 따라 일어납니다. 즉 전5식은 조건에 따라 아뢰야식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깥 대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자신의 선입견이나 감정으로 그 대상을 채색하여 자기 나름대로 지각합니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도 제각각이고,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6식인 의식의 내용은 말나식과 아뢰야식이 직접 의식에 작용하거나 그 두 식이 전5식을 거쳐서 작용한 결과인데,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상상, 바깥 대상을 자신의 선입견이나 감정으로 그린 지각입니다.
제7식인 말나식은 염오식으로 바깥 대상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아뢰야식을 대상으로 해서 일어나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비교하는 것을 본질로 삼습니다. 사성제와 연기를 모르는 아치, 무아의 이치를 망각하고 자아가 있다고 착각하는 아견, 자신이 존재한다고 뽐내고 남을 낮추는 아만, 자신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아애와 항상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에고’의 본바탕입니다. 게다가 말나식은 아뢰야식에 의지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들과 함께합니다.
따라서 말나식의 내용은 ‘에고’를 바탕으로 한 상상 · 허상이고, 이것은 바깥 대상과 관계없이 그냥 내면에서 떠오르는 번뇌이고 분별이고 자의식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말나식이 일어나면 곧바로 알아차리고 잠시 멈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에게 화를 내려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려고 할 때, 그것을 즉각 알아차리고 잠깐 멈추면 그 충동이 누그러집니다. 이 틈을 계속 반복해서 가지면, 에고가 점점 약화되고 감소되어갑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도 에고를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괴로움의 원인인 갈애도 에고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말나식이 일어나자마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각해서 누그러뜨리는 게 수행의 시작입니다.
유식의 수행론은 5위로 조직되어 있는데, 자량위, 가행위, 통달위, 수습위, 구경위입니다. ‘자량위’는 수행의 길을 가기 위한 기초적인 힘을 기르는 단계이고, 6바라밀 등을 닦습니다. ‘가행위’는 수행을 행하는 자가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특별한 행을 닦는 단계로 유식관을 닦습니다. ‘통달위’는 유식관이 이루어져 무분별지가 일어나고 진여의 경계를 경험하게 단계로 ‘견도’라고도 합니다. 견도에서 하나의 각을 얻지만 아뢰야식에 물들어 있는 번뇌 등의 요인을 정화하기 위해 수행인 ‘수습위’로 십지의 수행을 행합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구경위’에 도달하고 붓다가 되는 것입니다.
아뢰야식은 마음의 심층에 깊이 잠복된 상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감지하기 어렵고, 고락이 없습니다. 잠복 상태에 있는 아뢰야식의 종자가 어떤 자극으로 의식에 떠오르면 탐욕 · 분노 · 고락 · 선악 등으로 다양한 느낌과 감정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분노가 일어날 때 즉각 알아차려서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따라가지 않으며, 한 걸음 물러서서 그냥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분노의 종자에 물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 종자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이 괴로움에 시달리는 것은, 채색된 지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하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을 떠올려 거기에 얽매이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떠올려 거기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항상 호흡을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감각에 이름을 붙여 보세요,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기의 실천입니다.
다음 강좌는 4월 14일 화요일 저녁 7시, SK허브 101동 622호
첫 주제는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2‘ 입니다.
오셔서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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