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강좌 세번째(2. 18.) - 사성제와 상담방법 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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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2-19 15:46 조회6,9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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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상담강좌 세번째(2. 18.) - 사성제와 상담방법 정하기
세번째 강좌의 주제는 '사성제와 상담방법 정하기' 입니다.
사성제는 붓다의 사유를 체계화하고 그 실천방법을 설해놓은 가르침, 문제해결 공식으로, 예전에 함께 수행한 다섯 수행자를 찾아 녹야원을 향해 250km를 걸어 처음으로 설한 가르침(초전법륜)입니다. 사성제는 코끼리의 발자국이 다른 모든 동물의 발자국을 포용하듯이, 불교의 다른 모 가르침을 포괄하는 가르침이라고 붓다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아, 모든 동물의 발자국은 다 코끼리의 발자국 안에 들어온다. 그와 같이 모든 법은 다 네가지 진리에 포섭된다. 그 네가지란 무엇인가? 괴로움이라는 진리,(고성제)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진리(집성제),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진리(멸성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는 진리(도성제)이다"
붓다께서는 유명한 독화살의 비유를 통해, 그리고 세계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영혼과 육체가 같은지, 다른지, 인간이 죽은 후에도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은 지 등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도 인생의 괴로움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셨고, 현재의 삶속에서 괴로움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현재의 삶에서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가르침이 사성제입니다.
고성제는 괴로움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괴로운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집성제는 괴로움의 원인을 밝히는 것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느낌과 애욕을 끊임없이 일으켜 항상 탐내어 집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멸성제는 괴로움의 소멸입니다. 저 애욕을 남김없이 소멸시켜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게 해 온갖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 열반에 드는 것입니다. 최고의 행복, 절대적 행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도성제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그 열반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중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붓다께서 ‘소냐경’에서 거문고 줄의 비유하여 중도를 설명하였듯이 열반에 이르는 수행의 길 또한 극단적인 상태를 피하고, 중도를 실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중도를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 바로 ‘팔정도(正見, 正思惟, 正語, 正業, 正命, 正精進, 正念, 正定)입니다.(팔정도는 다음 시간에 다루기에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사성제를 잘 표현한 것이 열반경에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라는 사구게 입니다. 앞의 두 게송이 고성제와 집성제(유전연기), 뒤의 두 게송이 멸성제와 도성제(환멸연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붓다의 전생담으로서 설산에서 동자로 수행할 때의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는 산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법문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모든 것은 무상해서 이것은 곧 생하고 멸하는 생멸의 법이다.
설산 동자는 세상에 이렇게도 좋은 법문을 누가 했는가 싶어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험상궂게 생긴 나찰만이 거기에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찰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제행무상 시생멸법’이라는 법문을 그대가 했습니까?
여기 나 말고 누가 또 있나? 당연히 내가 했지.
그런데 그 구절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를 마저 들려 주십시오.
나도 들려 주고 싶지만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어.
그 공양을 제가 마련해 올리겠습니다.
나는 사람의 뜨끈뜨끈한 피를 먹는다. 너의 뜨거운 피를 주겠느냐?
제 몸을 반드시 공양해 올릴테니 나머지 법문을 좀 해 주십시오.
이렇게 약속을 하고 보니 자기 몸을 먼저 보시해 버리고 나면 법문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먼저 나머지 법문을 들려 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_ 이 생멸에 집착함을 놓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자 이제 나머지 법문을 들려주었으니 빨리 너의 뜨거운 피를 다오.
잠깐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제 몸을 바쳐서 들은 이 귀중한 법문을 저 혼자만 듣고 죽으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절벽이고 바위고 간에 여백만 있으면 마구 써서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을 남겼다.
그리고는 즉시 높은 가지에 올라 땅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 몸이 땅이 닿기도 전에 나찰은 곧 인드라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공중에서 그를 받아 땅에 내려놓았다.
이때 여러 천신들이 모여 그의 발에 절을 하면서 그토록 지극하게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구도의 정신과 서원을 찬탄하였다." - 열반경 <설산동자 반게살신(半偈殺身)>
붓다께서는 ‘사성제를 성취하면 큰 의왕(醫王)이라 하나니, 의왕은 반드시 이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나는 병을 잘 아는 것이요, 둘은 병의 근원을 잘 아는 것이요, 셋은 병의 치료법을 잘 아는 것이요, 넷은 병을 치료하고 나서 재발하지 않게 하는 법을 잘 아는 것이다’ 라 하였습니다. 상담에도 다음과 같이 사성제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① 고성제 - 괴로움 -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해 상호 합의
② 집성제 - 괴로움의 발생 - 문제의 원인과 기제 등을 찾고 분석
③ 멸성제 - 괴로움의 소멸 - 대안(치유), 목표
④ 도성제 -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방법 - 대안(치유)에 이르기 위한 방법과 과제를 찾고, 매주 점검을 시행
상호합의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이심전심의 상태에서 상호합의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처음에 올 때 내담자가 정서적으로 교란되어 있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구조적 틀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담이 깊어지면 그에 맞게 상담방식 등을 변화시켜가면서 치유를 위한 상호교감의 폭을 깊고 넓게 할 수 있습니다.
대안(목표) 찾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담 시작한 후 4회기 이전에 확실한 목표를 상호합의하에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두 다 개방되지 않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1, 2회기에서 내담자의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4회기가 넘어가면 내담자와 이야기만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내담자가 속이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마사지’ 상태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상담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말로 하는 상담이지만, 연극(심리극), 춤, 음악, 미술(그림), 사이코드라마 등 고(苦)를 끌어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서구의 상담법은 내담자의 문제를 들어내고 원인을 찾는데 집중하여, 문제의 근원적 치유까지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성제에 비교하면 고제와 집제에만 집중한다고 할까요. 이는 철학적 관점이나 세계관의 차이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서양 상담방식은 내담자의 문제해결 욕구를 ego의 강화(자존감 강화)에 중심을 두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아(有我)적 관점에서 세상과도 당당히 싸워 이기도록 자기중심으로 자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끕니다. 반면 불교상담은 ego의 해체를 얘기합니다. 멸제와 도제까지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무아(無我)의 입장에서 자기를 비워 不二의 이타행을 강조합니다. 물론 불교상담도 차제법으로 현실에서 자기를 강화해 자기 삶을 잘 살도록 하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는 이타행적 삶을 통해 자기실현을 통해 근본적인 치유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행과 상담과의 관련하여 수행지도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습니다. 수행지도의 어려움으로 ‘함부로 스승이 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고민을 하는 상담가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깨닫지 못하게 하는 2가지 마음, 퇴굴심과 아만심을 극복하는 것이라 합니다.
깨달음과 관련하여 심리학에서 통찰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통찰은 전체적 사고를 가지는 것인데, 이성으로, 지식으로 아는 인지적 통찰과 마음으로 공감하는 정서적 통찰을 너머 행동적(존재적) 통찰에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합니다. 행동적 통찰은 세포 한 하나가 아는 것, 온 몸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 자연적인 실천이 되는 것 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깨닫는다는 것은 한소식 한다는 것을 넘어, 즉 지혜와 자비를 구족한다는 것입니다. 중생에 대한 연민으로 자비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이타행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행동적 통찰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상담에서 상담자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는, 중생이 필요할 때 필요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관세음보살을 떠올릴 것을 권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의 전생담을 보면, 자기 고통에서 세상의 고통을 보고, 자기 고통의 문제를 넘어 세상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서원을 세웠기에 관세음보살로 현신할 수 있듯이 상담자도 내담자가 자신의 고에 빠져 허덕이지 않고, 이를 넘어서서 자기실현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례하는 관세음보살이 되길 서원하기 바랍니다.
또 상담자가 내담자가 상담자에 대한 신뢰속에서 안정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성제를 자기 상담의 기준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팁으로 상담 후 내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상담자는 내담자가 지난 시간 상담한 것에 대해 무엇이 남아 있는 지, 그리고 1주일동안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탐색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회기별로 완결성을 갖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음 강좌는 2월 25일 화요일 저녁 7시, SK허브 101동 622호(종로경찰서 옆 건물)
다음 주제는 '팔정도와 문제해결하기' 입니다.
오셔서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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