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강좌 여섯번째(3. 10.) - 사섭법과 상담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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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3-13 16:14 조회6,9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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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상담강좌 여섯번째(3. 10.) - 사섭법과 상담기법
이번 주 강좌의 주제는 '사섭법과 상담기법' 입니다.
사섭법은 보시(布施)·애어(愛語)·이행(利行)·동사(同事) 4가지로, 보살이 중생을 대하는 네 가지 기본 행위이자 사무량심이 구현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섭(攝)은 모든 중생들이 다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한다는 뜻입니다.
1) 보시(布施) : 뭇생명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조건 없이(無住相) 베푸는 것을 말합니다. 재물을 나눠주는 재시(財施), 진리를 전하는 법시(法施), 두려움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무외시(無畏施) 가 있습니다. 중생심과 보살심의 차이는 받으려는 것과 주려는 것에 있습니다.
2) 애어(愛語) : 항상 따뜻한 얼굴,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열 가지 악한 일 가운데 입으로 짓게 되는 네 가지 업(口業)을 저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천수경에서는 구업(口業)인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를 경계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4가지는 거짓말, 교묘히 꾸며낸 말, 흉보는 말이나 이간질, 악한 말을 뜻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추악한 말을 떠나 진실되고 사랑스런 말, 선한 말, 착한 말을 사용해야 언제나 상대를 기쁘게 합니다. 상담에서 애어는 특히 중요합니다.
3) 이행(利行) : 항상 세상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신체행동, 언어행동, 정신행동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삼업(三業)이 모두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로 이행섭입니다. 행동과 말과 뜻이 모두 진심으로 중생을 이롭게 할 때 믿음을 얻을 것이며, 그 믿음을 바탕으로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동사(同事) : 중생 속으로 들어가 중생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 이타행을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한 심우도의 입전수수(入垂手)는 육도중생의 골목에 들어가 손을 드리운다는 말로 중생제도를 위해 속세로 들어감을 의미합니다. 입전수수의 단계야말로 동사를 가장 잘 표현한 대승불교의 깨달음의 극치입니다.
붓다의 교화 방법으로 섭수와 절복이 있습니다. 섭수는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포용하는 것입니다. 사섭법이 대표적인 섭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절복은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고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절복은 섭수를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자비의 그릇에 지혜를 담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좋은 것(善)을 좋은 것(善)으로 인정하여 이것을 권장하기도 하고, 나쁜 것(惡)을 나쁜 것(惡)으로 인정하고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착한 일만 권장하고 나쁜 것(惡)을 내버려 두어서는 결코 인간의 삶이 완전해지지 않습니다. 또 나쁜 것(惡) 것만 꾸짖고 착한 일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위축(萎縮)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섭수와 절복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상담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섭수로, 만심(慢心)을 가진 자는 절복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로 인해 속에서 천불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 때는 불선(不善)에서 선(善)으로 가는 길과 같이 해야 합니다. 즉 불선에서 선으로 나아갈 때는 염오(染汚, 번뇌의 다른 말), 이욕, 소멸을 거쳐 간다고 합니다. 천불나는 것을 바로 보고 이를 놓아버려 천불나는 마음을 사라지게 합니다.
상담자가 사섭법을 체득하면, 어떠한 자세로 내담자를 맞이하게 될까요? 상담자의 일방적 이끎이 아닌 내담자와의 수평적 관계에서 개인적 이해를 떠나 오로지 내담자의 치유와 자기실현을 위해 온화하고 애정어린 말로 공감과 소통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상담기법으로 표현하면 질문, 반영, 명료화, 직면, 해석의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해 단정 짓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가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을 하며 병의 원인을 찾아가듯, 상담자도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처한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질문을 통해 확인해 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충분히 스스로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질문법에는 폐쇄질문과 개방질문, 단일질문과 복합질문, 직접질문과 간접질문, 결과질문('왜' 질문)과 과정질문('어떻게' 질문)이 있습니다.
폐쇄질문과 개발질문 _ “기분이 나쁘셨나요?”는 폐쇄형 질문이고, “기분이 어떠하셨어요?”는 개방형 질문입니다. 폐쇄형 질문은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화제를 규정하고 내담자의 단순한 대답, 제한적 반응을 나타냅니다. 개방형질문은 응답자가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입니다.
단일질문과 복합질문 _ 묻는 논점이 분명한 것은 단일질문이며, 2개 이상의 질문이 하나의 질문으로 결합된 것을 복합질문이라 합니다.
직접질문과 간접질문 _ 직접질문은 "?"로 끝나는 질문으로 대답해야 하는 의무감이나 부담감이 생기며, 간접질문은 "!"나 "."로 끝나는 질문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대답의 부담감이나 의무감이 적습니다.
결과질문('왜' 질문)과 과정질문('어떻게' 질문) _ '왜 그랬어?' 와 같이 직접 그 사유를 묻는 질문방식이 결과질문, '어떻게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래?'와 같은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과정질문이 있습니다.
폐쇄질문, 단일질문, 직접질문, 결과질문을 닫힌 질문방식이라 하고, 개방질문, 복합질문, 간접질문, 과정질문을 열린 질문방식이라 합니다. 상담에서는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열린 질문방식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를 너무 사용하여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어, 전체 질문의 30% 정도로 사용하는 게 적정하다고 합니다.
반영은 비춰주기 입니다. 수행에서 '알아차림'이 중요하듯, 내담자에게 스스로를 볼 수 있도록 상담자는 거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흥분하고 있으면, '○○님, 흥분하고 계시다'는 것을 말해줌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혼자 공허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보듯이 상담자로부터 자신의 상태를 피드백 받으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그러면 내담자는 깊이 있는 얘기를 편안하게 상담자에게 하게 됩니다. 물론 내담자가 첫 상담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돌아가 무안함을 느껴 방문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상담과정에서 내담자가 깊은 얘기에 대해 질문하면서 내담자의 감정상태를 스스로 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첫번째, 두번째 상담에서 질문과 반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질문과 반영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이 과정이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면 내담자는 뭔가 시원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해결책은 얻은 것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과 반영을 통해 명료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질문과 반영 과정 없이 바로 명료화 - 직면- 해석과정으로 가면 내담자와의 공감 부족으로 내담자의 고통을 감싸주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하게 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명료화는 내담자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생활관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의 인과관계를 찾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모르고 있거나 횡설수설하는 것들을 내담자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명료화는 상담을 엄한 데로 흘러가지 않도록,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직면은 내담자가 피하는 것, 거리끼는 것을 끄집어내 보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과 행동이 다를 때,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실제 말이 떨리고 있다면, '말이 떨리고 있네요?'라고 내담자에게 직면하게 해줘야 합니다. 문제는 내담자가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입니다. 폐쇄증환자에게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관체험은 폭력이듯이 이 때의 직면은 폭력이 됩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시의적절하게, 내담자의 준비 정도를 살펴 본인의 책임 하에 직면하게 해줘야 합니다.
해석은 내담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생각들과 실제 행동과의 연관 관계를 풀어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해석은 내담자가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해석을 통해 내담자의 관점을 전환시켜주어야 하지만, 관점이 여러가지 일 수 있어서 한가지만을 단정적으로 주입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인내심을 갖고 내담자가 기존의 잘못된 사고를 한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바꾸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명료화, 직면, 해석의 전 과정은 전문성이 요구되며, 전문가의 안목과 능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상담이 종료될 때가지 계속 합의해 나가면서 과정을 진행해야 합니다.그래서 상담자의 일방적 이끎이 아닌 쌍방소통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상담 자체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내담자의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상담가에게 무한 에너지를 생산해주는 화수분 역할을 사무량심에 바탕한 사섭법의 실천을 통해 가능하기에, 이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주는 것 만큼, 봉사하는 것 만큼 행복하고, 마음을 즐겁고 뿌듯하게 하는게 없다고 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애어로 대할 때 혹시 둘 사이에 애착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상담자와 내담자의 가치관 차이에 대해 가치 중립적 입장(전이감정이나 역전이감정은 안되며, 이중적 관계 금지), 가치 교육적 입장(상담자가 내담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통해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 , 가치 활용적 입장(합의된 상담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면 상대의 가치관 수용, 전이강점 용인)이 있다고 하며, 강사께서는 비소유적 온정을 전제로 가치활용적 입장을 선호하였는데, 보살로서의 상담가면 당연히 가치활용적 입장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신과는 문제의 원인을 과거로부터 찾지만, 상담은 현재에서 찾습니다. 같은 과거도 어떻게 기억하는 가에 따라 비극이 될 수 있고, 희극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도 현재에서 재해석되고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속에 과거와 미래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담가의 시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담가는 내담자의 마음을 여행하는 마음여행자입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마음을 여행하는 상담가의 안내자 입니다. 그래서 내담자의 성실한 안내도 중요하고, 상담가는 여행자로서의 여행의 방향과 방법을 정할 때, 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이론체계로 내담자를 끌고 들어가지 않도록 그 기준을 사무량심과 사섭법에 두어야 합니다.
사섭법이 상담기법 각 단계별로 어떻게 연결되고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점도 있을 것 입니다. 사이코드라마 등에서는 사섭법을 직접 적용하기도 합니다. 계속 함께 공부하면서 찾아보지요.
다음 강좌는 3월 17일 화요일 저녁 7시, SK허브 101동 622호
주제는 '육바라밀과 일상생활' 입니다.
오셔서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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